대만여행(4-3)
오늘도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안 쓰기도 그렇고.
다행이도 우리가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비가 거의 그친 상태이다.
아침을 먹고 이번 대만여행의 본질인 가이드 없이 미리 생각해 놓은 일정표에 따라 MRT(우리나라 지하철-대부분이 지상으로 다닌다)를 타고 우리는 먼저 스린四林에 있는 고궁박물관으로 갔다.
고궁박물관은 장개석총통이 대륙에서 패해 대만으로 올 때 가지고온 약68만 점의 중국의 문화재를 보관 전시해 놓은 곳이다.
입구에서 100원을 주고 한국말 가이드 이어폰으로 무장을 하고 우리는 하나하나 전시실을 구경하였다.
그런데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 실망이 큰 것 같다.
전시된 물품들은 모두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본 것 같기도 하여서 와----!!!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기막힌 보물이 없다는 것이다.
북경에 고궁에서는 유물들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여기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닌가 싶다.
고궁관람을 하고 우리는 스린 역에 나와서 점심을 먹고 대북의 온천지인 신베이터우新北投로 가려고 택시를 타니 기사가 살살 꼬신다.
그냥 신베이터우로 가면 그곳에도 먹을 것이 많은데 왜 구지 스린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신베이터우로 가느냐고 한다.
차비도 스린 가는데 들고, 다시 신베이터우 가는데 네 명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드는 비용이 바로 택시로 가면 비슷하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듣고 그럴듯 하다싶어 그냥 신베이터우의 온천장으로 향했다.
점심은 신베이터우에서 간단히 햄버거로 때웠다.
그동안 하도 유명 맛 집을 다녀서 점심은 간단히 해결을 한 것이다.
점심을 해결하고 찾아간 온천이 신베이터우에서 아주 유명한 온천-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북의 가장 오래된 온천-롱나이탕(瀧乃湯온천)으로 갔다.
입구에서 돈을 받는 사람이 물이 43도 이상이라 하면서 들어가서 확인하고 온천을 하려면 하라고 한다.
머뭇거리고 우리들이 말을 하고 있자니 한명이 “괜찮아요. 들어가 보세요.” 하고 한국말을 한다. 그리고는 물이 좋아서 수건으로 몸을 닦을 필요도 없어서 자기도 그냥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여행 온 가족이란다.
우선 나는 주인이 가르치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 안의 풍경은 우리의 온천과는 다른데 두 개의 탕이 있고 나이 먹은 사람들 몇몇이서 탕 안을 들락거리며 있는데 거의 노천 탕 같은 분위기이고 옷을 두는 곳도 벽에 세워놓은 책장같이 오픈되어 있었다.
그곳은 수건도 안주고 비누도 없다고 하기에 얼마 떨어진 곳에 가서 수건과 비누를 사가지고 왔다.
입장료는 90원씩인데 우리 돈 3500원정도이니 대중목욕탕 값과 비슷하다.
두 개의 탕이 있는데 물속에 들어가 보니 온도가 43도 이상은 된다.
벌거벗고 앉아서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니 바닥도 벽도 천정도 기둥도 100년 동안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는 것 같이 곧 무너질 것 같다.
더구나 옆에서 소리가 나기에 들어보니 옆에 붙어있는 여탕에서 나는 소리다.
우리나라 옛날 남탕과 여탕이 붙어있어서 벽으로 막혀서 서로 들리고 하던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반 야외 온천탕이다. 천정은 뚫려있고 벽도 개방되어있다.
그래도 춥지는 않은 것이 대만의 밖의 온도가 18도이기 때문이다.
물은 정말 좋다. 물을 적시면 미끄러지는 것이 비누가 필요 없다.
그래서 그런지 벽에는 비누도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오줌을 누지마라, 탕 안에 수건을 들고 들어가지 마라, 벽을 치지마라, 탕에서 머리를 감지마라 등등 여러 개의 경고문구가 써있다.
우리는 거의 한 시간 반을 탕과 밖을 오가며 온천욕을 즐겼다.
그리고 아까 한국 사람의 말대로 탕에서 나와서 물기도 안 씻고 그대로 대충 말리고 옷을 입었다.
밖에 날씨가 18도라서 머리가 젖어도 상관이 없다.
바로 지하철을 타고 대북 서문광장으로 돌아와서 시먼띵(西門町)을 관광을 하였다.
시먼띵은 젊은이들의 거리다. 각종 상점들이 네온싸인을 켜놓고 손님을 부른다.
저녁은 유명한 꿔따예(鍋大爺)에서 훠꿔(火鍋-중국식 샤브샤브)를 먹었다.
식당은 제법 넓다
한쪽은 매운 맛, 다른 한쪽은 안매운 맛으로 육수가 구분된다.
갖가지 야채와 요리를 섞어서 끓는 물에 살짝 익혀먹는다.
각종 먹을 것이 있어서 자기 취향에 맞게 가져다 먹는다.
1인당 500원인데 준비된 100가지의 재료를 각자 취향에 맞게 넣어서 먹는다.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인데 소스와 음식종류가 다양하다.
고기는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중에 선택하면 되는데 무제한 리필이다.
양푼은 두 가지로 나누어졌는데 우리는 매운 것이 싫다고 하니까 양쪽 다 안 매운 것으로 탕을 끓인다.
배터지게 먹고 호텔로 돌아와서 밤 1시까지 옆에 방에서 조용히 하라고 벽을 두드릴 때 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