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베이징의 겨울

goyoon 2008. 11. 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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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의 수도 북경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북경의 날씨는 위도 상으로는 평양과 비슷하지만 기온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북경의 날씨는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그것은 갑자기 만들어진 도시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고 황량한 벌판위에 도시가 만들어져있어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불어대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북경의 겨울 하면 제일먼저 눈에 띠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흩날려 떠돌다가 앙상한 나무 가지에 매달려서 마치 꽃 모양 흔들리는 각양각색의 비닐봉지들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또 물건을 사면 항상 비닐봉지를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용한 후에 그 비닐봉지를 아무데나 버려서 그것이 거리에 온통 흩날려 돌아다니다가 가로수나 길가 정원의 잔디에 매달려서 바람 부는 대로 날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차를 타고 다니다가 가로수에 서 각양각색의 물건이 흔들리는 것들이 뭔가 하고 궁금했는데 그것이 비닐봉투 인 것을 알고 나서는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면도로는 아직도 포장이 안 되어 있어서 바람이 불 때는 흙먼지가 일어나는데 마치 회오리바람이불 듯이 온 거리를 뒤덮는다. 이런 상황은 겨울 내내 일어난다.

또 하나 눈에 뜨이는 것은 떡 머리의 사람들이다.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농민꿍(民工= 시골에서 올라온 일반 노동자)들을 보면 언제 머리를 감았는지도 알 수 없이 얼굴은 꾀죄죄하고 머리는 기름이 흘러서 말 그대로 떡 머리가 된다.

오죽했으면 우리 아이가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 중국 사람들은 왜 무스를 많이 바르고 다니느냐고 할 정도였다.

그들이 이렇게 떡 머리를 하는 이유는 일반 농민공들은 겨울에 더운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 중국은 난방이 우리같이 구들이 아니고 침대 식이기 때문에 연탄을 난로에 때워 난방을 하고 있고 연탄도 우리나라의 반 정도밖에 안 크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가끔은 연탄가스 사고가 일어난다.)

그래도 집안에 가스시설이 되어있으면 매일 제대로 세수라도 하고 머리를 감는데 외지에서 온 농민공들은 그렇지 못하고 연탄으로 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운물을 많이 구할 수가 없고 그것도 한 방에 여럿이 있으니 그 많은 물을 데울 수가 없어서 고양이 낯짝 씻듯이 얼굴만 씻고 다니니 머리 감을 물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빨래는 더구나 할 수가 없어서 만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재래시장이나 주말시장을 갈 때 흰색 옷을 입고가면 돌아 올 때는 흰색이 검게 변하는데 이유가 그들의 때 묻은 옷에 우리의 옷이 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리는 온통 떡 머리를 사람들로 덮힌다.

그리고 또 하나 북경하면 생각나는 것은 난방을 하느라 태우는 굴뚝에서 나는 검은 연기이다.

북경은 아파트에 난방을 하는 시기를 11월15일로 하고 이듬해 3월15일이면 난방을 끊는다.

이것은 규칙으로 정해져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은 일반 아파트는 다 이 규칙을 적용 받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미리 날짜를 앞당겨 때주고 늦게 끊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이 규칙을 지킨다.

그런데 이렇게 난방에 쓰는 연료가 아직은 석탄이 주종을 이루다 보니 자연현상과 인위적 파괴가 덧붙여져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어찌할 방법이 없게 된다. 이렇게 내뿜는 연기는 그대로 북경하늘을 뒤덮는다. 그 매연은 마치 공장단지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아침에 불을 지필 때 보면 아파트단지에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는다.

이것을 도시환경미화와 공기정화를 위하여 2008년 올림픽 때 없앴다고 하는데 그것은 꿈으로 끝났다.

베이징시의 겨울은 봄․여름․가을에 비해 맑은 날씨가 훨씬 적다. 항상 희뿌연 안개로 덮여 있을 적이 많다.

이렇게 겨울철 난방을 시작하면서 각종 크고 작은 굴뚝에서는 마치 먹물을 뿜어 놓은 듯 한 연기는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여 놓는다.

이런 모습이 뜸해지면 봄철인데 이때는 또 서쪽 몽고지방에서 불어오는 황사현상 때문에 어렵사리 보낸 북경의 겨울은 더욱 을씨년스럽고 북경의 겨울 하면 지금도 그 모습은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있다.

 

오염으로 뒤덮힌 북경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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